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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0. 6. 22:01
 

한글화에 있어서 가장 제일 중점이 되는 부분은 역시 '번역'일 것이다. 번역이야 말로 한글화의 가장 큰 목적이니까... 하지만 아쉽게도, 번역이라는 일은 그리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나라의 말을 우리말로 바꾸는 이 과정은, 단순히 내용의 변환 뿐만 아니라 그나라 고유의 문화도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바꾸는 과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 분야의 전문가가 번역을 하더라도, 원래의 원본 글이 의도했던 내용과는 조금 멀어진 내용으로 의역 될수도 있고 실수를 하면 아예 '오역'이 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물론 컨텐츠를 즐기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도  이런 '오역'이나 '의역'은 썩 반가운편은 아니다.

언어를 잘 아는 사람의 경우, 분명 그 차이를 느낄수가 있으며 대부분의 경우 잘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나, 그냥 알고도 조용히 넘기는 경우도 있지만 가끔은 해당 번역에 대해서 조금은 따져보는 사람이 있길 마련이다.

이렇듯 사람들의 심리가 모두 한결같지 않기때문에 번역에 관련한 논쟁은 잊혀질만할 때 쯤되면 항상 나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이번에서는 이런 한글화에 있어서 번역 문제에 관련한 내용과 논란에 대해 간략하게 적어보도록 하겠다.


1. 게임 한글화에 있어서 '번역의 질' 문제

가장 먼저 번역 논란에 있어서 가장 떠올리기 쉬운것은 '번역의 질 (Quality)'의 문제이다. 과정에 따라 결과물의 수준이, 한글 같지도 않은 한글이 될수도 있고  한국 정서에 잘 맞춰진 완벽한 번역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컨텐츠의 경우, 번역가를 고용해서 번역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과정중에는 당연하겠지만, 모든 번역가가 항상 좋은 퀄리티로 번역을 하는 건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 퀄리티가 현저히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으며 때로는
 결과물이 전혀 다른 것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런 건 그냥, 좋은 번역가를 쓰면 해결될 일이지만... 그렇게 쉽지는 않다. 일단 가장 큰 문제는 번역가 고용시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즉, 고급 번역 인력은 그들의 실력만큼 '비용' 비싸고 그냥 보통 인력은 적당한 '비용'을 들일 수 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이익이 가장 우선시 되므로
번역 고용시에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을 들여서 해결 하려고 한다. 결국은 컨텐츠의 번역 질이, 고용된 번역가의 재량이나 회사의 사정에 따라 기본적인 번역의 퀄리티가 결정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로들어 최저의 비용을 들어서 번역한다고 생각해보자, 과연 어떤 결과물이 나올까? 설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겠지만 국내 게임시장에서 실제로 이런 예가 있었다.


말도 안되는 번역의 극단적인 예, 위 사진은 정발 되었던 '마이트 앤 매직 6' 말 같지도 않은 한글 번역이다
안녕하신가! 힘세고 강한 아침, 만일 내게 물어보면 나는 로산나, 힘센 이끼 (Power Lich)의 포스로 유명하다.

물론 위와같은 아주 극단적인 예를 제외하고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편은 드문편이다. 대부분의
컨텐츠는 적당한 과정을 거쳐 적당히 잘 번역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번역의 문제 말고도 또 다른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바로 '검수' 과정이다.

원래 검수라는 것은 어떤 내용이 번역되었을때 이 번역 내용이 해당 상황에 맞춰 잘 번역되었는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참고로 말해두자면 번역가가 실제로 컨텐츠를 해보거나 하는 과정은 드문일이며 회사측에서도 컨텐츠의 중요한 소스나 정보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번역가에게 '스크립트' 만 주고 번역을 진행하는 과정이 많다.

번역가가 아무리 잘한다고 하더라도, 스크립트만을 읽고 번역을 하다보니, 상황이나 정확한 내용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번역의 내용이 잘못 의역 하거나, 오역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래서 번역이 끝난후 직접 테스트를 해가며 다시 번역의 완성도를 검토하는 '검수' 과정이 꼭 필요한 것인데, 당연하겠지만 이런 검수 과정도 추가적인 비용이 들 뿐더러 가끔은 빡빡한 출시 일정으로 인해 검수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결국 회사측에서는 검수 과정에 추가적으로 드는 비용과 시간을 최소로  유지하고자 '검수' 과정을 생략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게임의 번역의 퀄리티는 '검수' 과정을 거쳤냐와 거치지 않았냐에 따라 그 '질'이 바뀔수도 있다.


잘못된 오역이 많았던, 그래도 재미있던 FPS게임 - 콜 오브 듀티 4
검수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게임의 예라고 볼 수 있을듯...
이미지의 원문은 'Game Experience May Change During Online Play'
정확한 의역은 '게임 심의 등급이 온라인 게임에서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국은 게임의 기본적인 번역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건 '번역가의 재량'과 '검수 과정'이라 말 할수도 있겠다.

2. 고유 명사와 음역의 문제

두번째로 문제시 되는 부분은 고유명사의 경우이다. 아직도 번역에 있어서는, 고유명사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숙제이다. 이 부분의 논란은 아직 여전하며, 필자도 간단히 언급은 하겠으나 직접적으로 따져보지는 않겠다.

수많은 컨텐츠들에서 다양한 판타지 세계관과 새로운 고유명사를 사용하며 대부분의 경우에는 한국에 있는 단어와 1:1로 매칭 되는 경우가 드문편이다. 

간단히 한 예제만 보자

'Mythril Sword' 라는 아이템이 있다. 만약 이 고유 명사를 한국어로 바꿔보려한다면?
일단 번역하려고 하면 '미스릴' 이라는 단어에서 막힌다. 미스릴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물체인 것

실제로, 미스릴은 반지의 제왕 작가인 J.R.R 톨킨이 쓴 판타지 세계관에서 처음 사용된 단어로 구리와 비슷하지만, 
새털처럼 가볍고 강도는 강철을 뛰어넘는 금속을 표현한다. 만약 이런 고유명사를 그대로 번역하려면 어떻게 될까?
...새털처럼 가벼운 강철 검? 아니면... 구리와 같은 강철 검?

사실 어떤 단어를 사용해도 그 의미를 제대로 전달 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이런 번역을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런 고유명사의 제일 좋은 방법 '음역'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결국 사용하는 이름은 '미스릴 소드' 혹은 '미스릴 검' 정도가 되겠다.

판타지 등에서 사용하는 고유명사는 대부분의 경우 실존하지 않는 물건 혹은 지명, 지형이기 때문에 번역 문제로 있어 결국은 음역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많은 판타지 관련 게임에서 고유명사들이 음역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고, 결국은 음역 상태로 그대로 고착되었다.
 
하지만, 이 과정을 중간에 깨트린 전례가 있으니.... 
블리자드에서 완벽 현지화로 내놓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국내 게임시장에 충격을 주었던 와우의 완벽 '현지화'
해외 게임인데도 국내 게임보다 더 나은 한글화를 보여주었다.

실제로, 블리자드에서 와우를 정식 발매하기전에 한국 정서에 맞게  완벽 현지화해서 내겠다는 정책을 내걸었고, 결국은 그것을 실현하게 되었다. 간단한 예로 와우에서 현지화 된 기술 명칭을 보자면...

예)      파이어볼 -> 화염구(火炎球)
          체인 라이트닝 -> 연속 번개

사실 이런 '화염구'나 '연속 번개'라는 등은 원래 의미로 사용해왔던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익숙하지 않는 단어였다. 그래서, 한편에서는 너무 과도한 '완역'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고
또다른 한편으로는 '영어사대주의'에 의한 잘못된 우리의 고정관념이나 잘못된 인식을 고쳐나갈 수 있는 좋은 예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어쩄거나, 와우는 국내 게임시장에서 큰 성공을 했고 결과적으로 이런 논란 문제는 조금은 수그러들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런 번역 논란 문제는 지금이 되서도 사라지지 않고있다. 최근 발매된 스타크래프트 2의 이슈만 봐도 그것을 잘 알 수 있다.

최근 번역 문제로 핫 이슈가 되었던 스타크래프트 2
발매전까지 수많은 번역 관련 논란의 핫이슈가 되었으며
정식발매 될때까지 수차례 의견 수렴과 변경이 계속 되었지만.
발매 직후인 지금에도, 아직도 번역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지금 필자가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고유명사와 음역에 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정확한 답을 내지 못하고 있으며 어느쪽이 의견이 확실히 맞다고 하기에는 어렵다. 한동안은, 서로 다른 의견이 해결되지 않는한 번역 관련 논란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필자의 의견으로는, 음역을 사용하거나 완역을 사용하던간에 어떤 게임이든지 게임을 즐기는 사용자가 불편해하지 않고  즐길 수 있게 내용을 표현한 것이라면 별반 상관 없지 않을까... 아무튼... 고유명사 논란 문제... 한동안은 계속 될것 같다.


3. 아마추어 한글화 번역 관련

이번에는 약간 주제를 바꿔 아마추어 한글화에 대해서 살펴보자. 아마추어 번역은 말 그대로 '아마추어'에 의해 진행되는 한글화 번역이다.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알겠지만, 비영리 목적인데다가, 당연히 개인이 한 것이기 때문에, 전혀 '언급하거나 논할가치도' 없다. 

하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수없이 있듯이 이런 아마추어 번역에 '번역 퀄리티'등의 문제점을 거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솔직히는, 이런 사람들을 상대 안한다고 생각하는게 정답이긴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상세히 이유를 들어가며 언급을 하고자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마추어 한글화... 과연 트집잡을일이 있을까... 위는 팀 '붉은날개'에 의해 한글화된 GBA용 카마이타치의 밤
이 팀의 경우 한글화 퀄리티 높히기위해  수많은 배타테스트를 진행하며 모든 '오역', '의역'을 고쳤다.
아마추어 한글화는, 말 그대로 아마추어 한글화이다. 대개는 게임이 좋아서, 한글로 하고 싶어서 아마추어 한글화를 한다. 즉 어떤 전문성이나 상업성을 목적으로 하는게 아니다. 

그러다보니 아마추어 번역을 하는사람들의 경우 대부분 어떤 전문적인 번역실력보다는 자신의 번역 실력을 측정하기 위해 번역을 한다던가, 안되는 번역실력으로 하는경우가 많다. 그런 이유로, 의미상 그대로 전달했다고 하더라도 의역등이 미숙하여 직접 게임 번역을 맡다보면 생각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밖에 없다.

또한, 단순 번역 문제말고 기술적인 문제의 측면도 있다. 아마추어 한글화를 진행하다보면 여러가지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억지로 말을 줄여야 한다던가, 번역을 여러명이서 나눠 하게 되면 번역체가 다르게 나오는등 여러 문제가 발생 할 수 없다.

사용자의 입장에선 이런 부분이 신경 쓰이고 꼬투리를 잡는게 당연하겠지만, 번역자들이 돈을 받고 상업적으로 하는 목적도 아닌 소위 말하는 '비영리'를 목적으로 하는데 이런 꼬투리를 잡는 것은 말 그대로 우스운일이 아닐까

혹시나 다른 아마추어 한글화 진행자를 보면 번역으로 트집을 잡기보다는 그들에게 관심과 그리고 용기 응원을 주는게 더 좋지 않을까 싶다.


마치며...

한글화와 번역에 있어서 논쟁이 되는 3가지 이야기에 대해 다루어보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번역이지만, 이런 한글화가 있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우리말'로서 한글화 된 게임을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가끔은 이런 '한글화'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는것도 좋을 듯하다.


- 참고사이트 -


http://gehenna.egloos.com/4997345 (스타크래프트 2 음역 관련)
http://zariski.egloos.com/181233 (블리자드의 현지화 정책)
http://www.thisisgame.com/board/view.php?id=232897&category=103&subcategory= (게임 한글화의 퀄리티)